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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오늘 칼럼에서 다룰 내용은 얼른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한번 도전해볼 만한 주제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금융시장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신용`과 `유동성`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두 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지금의 세계 금융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연 신용이란 무엇을 말하며, 또 유동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내가 집 근처 가게에 가서 물건을 샀는데 현금이 부족했다. 마침 신용카드도 가지고 오지 않아서 물건을 사지 않고 그냥 나오려고 하니 가게 주인이 모자란 돈은 다음에 올 때 가지고 오라고 한다. 이때 가게 주인은 나에게 신용을 준 것이다. 소위 외상이다.

그러나 이런 소규모가 아닌 큰 금액의 거래인 경우는 조금 달라진다. 물건을 먼저 가지고 오는 대신 언제 얼마의 돈을 갚겠다고 약속하는 서류 또는 약속증서, 또는 약속어음을 발행해야 한다. 이런 서류가 더 발전하면 채권이 되고 주식 증서가 된다. 여기서 주식은 언제까지 다시 갚아주어야 하는 구속이 없으므로 이를 제외하고 난 것은 모두 언제까지 얼마의 돈을 갚아주겠다는 약속이며, 이는 바로 우리가 부채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부채는 신용의 구체적인 형태다. 그러므로 신용이 늘어난다는 말은 부채가 늘어난다는 말이며, 부채가 늘어난다는 말은 부채를 드러내는 형태의 구체적인 상품 시장의 크기가 늘어나고,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금융시장의 발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용의 증가, 즉 부채의 증가는 자연히 자산의 증가와 자산 가격의 상승을 가지고 온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신용은 더욱 높아져서 그 구체적인 형태인 부채 또한 더 늘어난다. 우리는 이런 시기 또는 국면을 신용 확대의 국면이라고 부르며, 이 시기는 자연히 경제 활동도 활발해진다.

신용 확대의 국면에서는 투기가 붙기 쉽다. 자산 가격이 올라가므로 돈을 빌려서라도 자산을 사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신용이 자신의 실력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신용은 비록 상황에 따라 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신용에는 언제나 신용이 지켜지지 않을 위험이 같이 붙어 다닌다. 신용과 위험은 칼의 양면이다. 신용이 지나치다는 말은 신용에 붙어 다니는 위험을 너무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다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투기를 만들어낸다.

신용이 늘어나면 자연히 유동성이 늘어난다. 앞에서 보았듯이 신용의 증가하면 금융상품 시장이나 종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택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그 대출자산을 은행의 자산에 그냥 가지고 있으면, 이 대출 자산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으로 그냥 만기까지 잠자고 있다. 그러나 그 대출자산이 새로운 금융상품, 즉 파생상품을 만드는 담보로 사용되어 그 새로운 상품이 팔리면 원래의 대출자산은 현금으로 전환된다. 즉 유동성을 갖게 된다.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신용축소의 국면을 살펴보기로 하자. 계속 늘어나던 신용이 어떻게 축소국면으로 바뀔까? 부채가 늘어나면 당연히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이 올라간다. 이럴 때 금리라도 올라가면 상환액은 더욱 늘어난다. 부채로 투자한 자산은 비록 가격은 올라가지만 그곳에서 바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소득으로 부채의 원리금을 상환하다 모자라면 자산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하든가 아니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다시 부채를 늘려야 한다. 만약 이때 자산 가격이라도 내려가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자산을 팔려고 내놓으면 가격은 더욱 떨어진다. 부채는 원금이 그대로 있지만 자산의 평가액은 얼마든지 내려갈 수 있다. 이렇게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과거에는 유동성이 높았던 금융상품이 이제는 잘 팔리지 않거나 값을 많이 내려야만 팔리는 상태, 즉 유동성이 낮아지게 된다. 이 상태에서 신용을 공급했던 금융기관이나 투자자가 투자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면 투자기관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게 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의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게 된다.

이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은 유동성의 부족으로 금융기관과 투자기관들이 부도가 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 나아가서 실물경제가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능한 한 최대로 유동성을 공급하려고 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이런 노력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신용의 파괴로 줄어드는 유동성에 비해서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유동성이 더 클 경우에만 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다. 이미 보았듯이 한번 신용에 금이 가면 이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유동성으로 이 금을 때우기 어렵다는 말이다.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유동성이 금이 간 곳으로 가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별로 없는 전혀 새로운 곳, 예를 들면 금이나 국제원자재 시장으로 흘러가기가 쉽다.

이처럼 신용과 유동성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 붙어서 다닌다. 이를 혼돈하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를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단순이 유동성의 위기가 아니다. 즉 신용의 위기다. 금융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주춧돌은 신용이다. 이 신용이 무너지면 집이 흔들린다. 그 위에 쌓아올린 집의 층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즉 금융시장의 확대와 금융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면 할수록 이를 고칠 수 있는 절차는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나친 신용의 바다에 사람을 빠트려놓고는 이제 와서 그를 살린다고 밧줄을 던지고 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져서 번번이 그 사람은 밧줄을 놓치고 있다. 그는 언제쯤 밧줄은 잡고 살아날까?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2007년 개정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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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주 (sazuha@empal.com)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Posted by 스노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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