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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대에 설립된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 1700년대에 세워진 최초의 지주회사 미시시피회사의 설립은 이후 세계사와 자본의 흐름을 서구로 바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들의 역할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자면 칼 마르크스의 ‘본원적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제국주의의 추악한 본질의 차원에서 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주식회사의 기능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과제가 된다.

출자자 많을수록 안정성·이익 커져

당시 서구 열강들은 인도와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하는 향신료(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쪽 면화(영국 동인도회사)를 헐값에 빼앗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이것은 ‘동인도회사’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의 이름이 아닌 민간 회사의 이름을 걸고 이루어진 일이다. 식민 지배가 이뤄지기 전에 국가에 앞서 민간 회사가 먼저 진출한 셈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국가 무력을 앞세워 점령하지 않고 민간 회사의 진출이라는 방식을 먼저 선택했을까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면 주식회사 체제의 명과 암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후추는 금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이 후추를 싼값에 대량으로 수입하는 길을 찾고 있었고 영국은 직물 산업의 영향으로 쪽과 면화의 안정적인 공급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후추 면화 쪽 등을 원산지로부터 최대한 싸게, 대량으로 가져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무력으로 원주민들을 압박해 그들의 가격 결정권을 박탈한 다음 빼앗은 물품들을 배로 실어 나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력을 동원했고 국가는 이를 승인했다. ‘우리는 전쟁 없이는 무역을 하지 않고 무역 없이는 전쟁도 하지 않는다’라는 동인도회사의 모토는 당시의 상황을 대변한다. 이렇게 무역은 최대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고 이런 ‘전쟁’은 현대에 와서도 단지 ‘총’에서 ‘금융’으로 수단만 바뀌었을 뿐 달라지지 않았다.

이쯤에서 17세기로 돌아가 보자. 한 명의 자본가가 향신료를 실을 몇 대의 무역선을 발주해 인도네시아로 떠날 선단을 꾸렸다. 그의 배에는 용병과 선원 그리고 상인이 타야 했을 것이고 또 후추와 바꿀 약간의 금과 은괴도 필요했을 것이다. 이쯤 되면 한 개의 선단은 어마어마한 자본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선단이 원주민을 총으로 위협하든, 그곳의 지도자를 금으로 매수하든 비싼 향신료를 값싸게 확보해 배에 가득 싣고 돌아왔다고 가정하자. 그는 그 향신료를 시장에 팔아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의 선단이 태풍을 만나 좌초하거나, 원주민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거나, 혹은 사우스 시(South Sea) 회사의 몰락처럼 배가 항구를 잘못 들어 화물이 모두 썩어 버렸다면 그는 파산하고 말 것이다. 즉, 이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자칫하면 일거에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고민할 것이고 결국 자신과 함께할 동업자를 찾게 될 것이다. 즉, 수익과 위험을 나누는 위험 관리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몇 명의 동업자가 같이 위험을 나누어 질 경우 그들의 선단은 비록 한두 차례 파산을 하더라도 다음에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이들은 어차피 파산을 무릅쓰고 일거에 대박을 터뜨릴 경우가 아니라면 출항의 빈도를 높이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소위 박리다매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시 새로운 출자자를 찾아 나설 것이고 출자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 선단의 안전성은 커지고 이익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출자자가 늘어날수록 의견 충돌이 생긴다. 봄에는 물품이 쉽게 상하므로 가을에 배를 보내자는 사람, 가을에는 태풍이 많아서 안 된다는 사람이 다툴 것이고 그 결과 최대 주주의 ‘경영권’이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선단은 최대 주주의 의지대로 배를 띄우고 그의 판단이 틀리면 회사가 위기에, 옳으면 회사가 성장의 기회를 잡게 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주주가 늘수록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한이 축소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이익도 잘게 나누어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오게 되고 그들은 이제 주주를 늘리기보다는 돈을 빌리기로 할 것이다. 즉, 차입을 하면 이익은 나누지 않아도 되고 이자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자본의 희석보다는 차입에 주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선단이 향신료를 가득 싣고 돌아오는 날에는 주주들의 몫이 커지지만 만약 선단이 전쟁에서 패해 빈 배로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들은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기 위해 선단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렇게 힘의 균형이 만들어지고 체제와 질서가 갖춰지면서 주식회사는 지금의 형태로 자리를 잡게 된다. 즉, 주식회사는 많은 자본을 모아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부분에서 가능한 한 최대한 이익을 늘리기 위해 조직된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들 주식회사의 사익 추구 행위가 왜 국가 사회에는 이득이 되는지, 그리고 주주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주식회사가 사업을 통해 벌어온 돈이 매출액이고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것이 경상이익이다. 즉, 모든 이익에는 최우선적으로 원가가 공제된다.

원가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선단이라면 식량과 선상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 물물 교환할 다른 상품들, 배의 원료 등 많은 장비와 도구 상품들이 필요하다. 이때 이들이 구입한 원가는 사회적 자산 입장에서는 관련 업종들에 엄청난 여파를 미치게 된다.

두 번째 공제해야 할 원가는 임금이다. 선원, 군인, 상인들에게 보장된 임금을 주어야 한다. 임금 다음에는 돈을 빌려준 채권자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즉, 회계 용어로 차입금에 대한 상환(유동부채이건 고정부채이건)이 이뤄지지 않으면 출항 전에 약속한 대로 배를 빼앗기거나 주주들의 집이나 토지가 경매에 넘어갈 것이다.

주주 의견 차이가 증시 잉태

그리고 나머지 이익, 즉 회계 용어로 ‘법인세 차감전 이익’에 마지막으로 ‘관세’가 있을 것이다. 관세는 17~18세기에 서구의 왕가들이 직접 나서서 식민지를 지배하기보다 상인들이 나서서 자본의 논리로 부를 확장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이유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성공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군사적 패배에 대한 부담도 없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다.

이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남는 것이 바로 순이익이 된다. 하지만 순이익도 주주들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벌어들인 돈으로 차라리 배를 더 만들자는 사람과 이익을 나눠달라는 사람이 엇갈릴 것이고, 대주주는 대개 차입금을 빌려서 괜히 이자를 주느니 차라리 이 돈을 모아뒀다가 선단을 키우자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당장의 이윤보다 나중에 훨씬 큰 자본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하간 이익을 나눠가지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선단을 늘리는데 투자할 것인가는 늘 고민거리다. 공급이 풍부해져 향신료의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배를 더 늘리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고 선단이 향신료를 넘어 커피와 담배 등을 발굴하고 그것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면 선단을 늘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런 판단의 차이에 불만을 느낀 주주들 혹은 중간에 돈이 필요한 주주들은 자신의 지분을 누군가에게 넘기려는 욕망을 느끼게 되고 이때 이 지분의 위조 여부를 검증하고 지분의 소유권을 공증해 줄 중개자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증권 시장의 효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주식회사에 대한 투자에서 이익 배분(배당) 못지않게 자본 차익이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내내 이 자본 차익과 배당의 문제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2008년 1월 대한민국의 주식 투자자들은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떠나보낸 선단이 여전히 향신료와 커피, 차를 가득 싣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 저 멀리 바다에 몰아치는 태풍에 선단이 난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기고 있을까.

‘시골의사’ 박경철

★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Posted by 스노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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